만들기에서항상 예상 내지는 통제를 벗어나는 것이 있는데
바로 계단.
많은 조각들은 기계처럼 동일한 크기로 잘라내고 연결하는 작업이
크기, 노력 여하, 혹은 방법에 따라 그 오차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산술적 계산과 일치하기란
우연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하겠다.
명백하게 그 이유는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한 변수가 너무 많은 것인데
계단의 폭과 높이 구성하는 재료들의 크기,접착제의 두께,
부분 재료들이 만나는 각도 등등
실제로 사람이 이용하는 계단을 처음 만들어보니
더 영리하게 설계된 도구들을 이용하지만서도
손으로 재고, 그리고, 잘라서 만드는 이상
오차가 없을 수는 없다.
물론 오차를 만드는 변인들은 달라지지만
변수가 3개 이상이 되면
평범한 인간의 두뇌로는 통제가 어려운듯하다.
기계를 이용해 만든 재료를 사용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사람이 쉽게 인지할 수 없는 범위내의 오차로
많은 변수들은 통제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오차를 알기 어려울 뿐이지
오차가 없다 할 수는 없다.
제작과정에서 미세한 변수들이 또한 많이 작용하고
기계 자체에 오차가 전혀 없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싯적에 항상 궁금했던 것 중에 하나는
'자를 만드는 기계를 만드는 기계가 있는가?'였는데,
예를 들어, 직각자를 만드는 기계는 정확한 직각을 내재하고 있다면
과연 그 기계를 만들때 직각은 어떻게 맞추느냐가 의문이었다.
길이, 시간 등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만든 표준이 있기 때문에
그 기준을 따르면 된다 하겠지만,
직각이란 것은 수학적으로 정의된 것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한치의 오차없이 지각을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요즘에 오차를 줄이는 일이란
더이상 줄이나 안줄이나 알 수 없는 지경이다.
하지만 그 오차는
0으로 끝없이 수렴하는 무한급수와 같아서
0이라 치자 할 수는 있지만
결코 0이다 할 수는 없는 슬픈 운명같이 느껴진다.
오늘의 계단 제작이 성공적이었다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그 느슨한 과정에서 없던 아이디어들이 꺼내져 만들어졌다는 것. bricoleur.
설계도와는 조금 달라진 오늘의 계단이
설계상의 계단보다 나아보이는 것은 애착일 뿐이겠지만.
어차피 달라질 계단.
1 comment:
나는 bricoleuse!
우리가 하고 있는 일, 세부적으로는 작업으로, 크게는 모든 행동들 말이야 새삼 경이롭고 벅차오르는 순간이 있는 것같아.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느낌이어서 이런순간에는 살아있다는 감각이 찰나의 순간에 기체처럼 번지는데, 그래서 작업을 하는게 너무 좋고, 우리가 비슷한 경험을 할수있다는것에 감사한마음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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