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26

that fascinating hydrangea

청보랏빛 수국을 세줄기 샀다. 정확히 말하면 하늘색에서 청보라색으로 바뀌어가는 정도의 색이었던 것 같다. 그 중 한줄기는 거의 하늘색이었다. 찌는 듯한 더위에 싱싱하게 살아있는 것은 그 셋이 전부인 듯 했다. 그 창백한 색은 어쩐지 처연하고 매력적이었다.

나는 소매가 없는 옅은 베이지색 실크 블라우스를 입고있었다. 그 블라우스는 몸에 잠시 달라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했다. 4시가 다 되어서 연희동에 도착했다. 그 커피집의 주인부부는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 없었고, 역시나 그랬다. 8월의 여름에 홀로 앉아 뜨거운, 정말 뜨거웠던 커피를 마시는 둥 마는둥 하며 'Mourning and Melancholy'따위의 책을 읽으려니 어쩐지 프로이트의 분석하고 따지고 드는듯한 말투가 거슬려 책을덮고 밖으로 나왔다. 내가 나가려하니 여자주인이 흰색의 아무런 무늬없는 긴 종이컵에 뜨거운 커피를 담아주었는데, 그 종이컵의 모양이 무척마음에 들었다.

곧바로 집으로 가려고하니 저녁 6시즈음이라, 차가 막히기시작했다. 그 시간의 양화대교는 언제나 차가 많았었다. 해가 지고 있었는데 여름의 하늘은 왜 높을까라고 생각하니 여의도에서 먹었던 파이가 생각났다. 단지 재료의 밀도만 높은 그런 맛이었다. 차 안의 스피커에서는 'Milonga for 3'가 흘러 나오고 있었는데, 그 쯤엔 나의 유일한 사각의 아무 무늬도 없는 투명하기만 한 높은 유리병에 수국을 꽂을 생각만 했었던 것 같다. 그 긴 화병과 수국의 형태의 밸런스에 젖어 있을때, 프랭크 자파가 노래를부르기 시작했다. 'I have been in you'. 지나치게 로맨틱하여 어쩐지 부담스러웠다. 꽉 막혀있는 다리위에서 프랭크자파가 노래를 하니 브라이튼의 풍경이 조각난 채로 재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모든것이 지나가 버린 일이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